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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 500여명… 젊은 의사들, 흉부외과 등 기피
대법원 판례 "불법 행위" 의료계 "불가피한 상황"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 흉부외과 수술실. 이곳 수술대에서 대학교수와 함께 마주 보고 서서 가슴을 째고 꿰매는 의료진 K(36)씨는 간호사 신분이다. 그는 메스를 들고 심장 수술을 거들면서 수술 부위를 드러내기 위해 갈비뼈 사이를 열고 닫는 일을 한다. 예전 같으면 흉부외과 레지던트(전공의), 즉 의사가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 병원 흉부외과에 젊은 의사가 지원하지 않으면서 의사 일을 간호사가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K씨는 "야간에 응급환자가 생기면 불려 나와 수술에 참여한다"며 "교수님 허락을 받고 응급실 환자에게 간단한 처치도 한다"고 말했다. K씨의 '반(半) 흉부외과 의사' 경력도 벌써 5년째다. 이 병원 흉부외과에는 K씨처럼 의사 일을 하는 간호사가 4명이나 있다. 병원에서는 이들을 '피에이'(PA·physician assistant·의사 보조)라고 부른다. 환자들 앞에서의 호칭은 '○○○ 선생님'이다.
이처럼 의료법 규정상 의사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는 간호사 즉, '피에이(PA)'가 국립대병원 등 전국 대형종합병원에서 5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학계에 따르면 흉부외과에 320여 명, 외과 120여 명, 산부인과 100여 명, 신경외과 40여 명 등으로 추산된다. 주로 젊은 의사들이 지원을 기피한 외과 계열 진료과다. 대부분 대학병원 간호사로 있다가 '피에이'로 근무하는 경우로, 이들 의료행위에 대한 법적 뒷받침은 없지만 이 수는 최근 급속히 늘고 있다.
A대학병원에서 심장 수술을 거드는 '피에이' N(여·27)씨는 응급구조사 출신이다. 병원이 응급의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응급구조사를 처음부터 흉부외과 '피에이'로 쓸 목적으로 뽑은 것이다. N씨는 "수술 부위 소독이나 봉합술 등 레지던트들이 하던 일을 교육받고 수술실에 투입됐다"고 말했다.
병원 규모나 경영상 의사를 많이 고용할 수 없는 중·소병원이나 개원의원에서는 수술실 보조의 역할로 이른바 '오더리'(Orderee· 의사의 지시를 받는 남자 간호 보조원을 통칭하는 말)들이 대거 활동하고 있다. 이들도 역시 메스와 가위를 들고 의사의 수술을 거든다. 전국적으로 약 4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경기도 성남시 100병상 규모의 정형외과 병원 S원장은 "주로 남자 간호조무사 출신들이 의사 어깨 너머로 수술 기술을 익힌 후 수술에 참여하게 된다"며 "그중에는 군대 위생병 출신의 일반인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방식의 수술 보조 관행은 병원 직원 채용 공고를 낼 때도 '수술실 오더리 ○명 모집'이라고 내걸 정도로 뿌리가 깊다. 이들의 월급은 200만~300만원 수준이며, 개중에 손재주가 좋기로 소문나서 월 500만~600만원을 받고 병원에 스카우트되는 경우도 있다.
서울의 척추 전문 병원 중에는 의사가 수술실로 내려오기 전에 '오더리'가 수술 부위를 먼저 째고 척추뼈가 드러나도록 근육을 젖혀 놓으면 그때서야 의사가 들어와 수술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것이 한 명의 의사가 하루에 척추 수술 5~6건을 할 수 있는 비결(?)로 알려져 있다.
피부과·성형외과에는 일명 '철가방 아저씨'로 불리는 수술 보조들이 있다. 이들 의원에서 모발이식 수술이 잡히면 수술 기구 가방을 들고 와서 의사 대신 머리카락을 심는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하지만 의사가 아닌 사람들의 이 같은 의료행위는 엄연히 불법이다. 의료전문 김선욱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의사가 감독을 했다고 해도 의사 아닌 사람이 환자 몸에 메스를 대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정받았다"며 "현재의 의료계 관행은 모두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외과 윤여규 교수는 "젊은 의사 인력이 없는 외과 현실에서 '피에이'는 이제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미국처럼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은 준(準)의료인은 의사들의 단순 작업을 대신할 수 있게 양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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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 김희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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